사회

'신변보호'는 허울뿐..스토킹 피해자 또다시 피범벅 돼

2025-07-31 08:53
 경기도 의정부에 이어 울산에서도 스토킹 폭력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현재 시행 중인 피해 예방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두 지역 피해자 모두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 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흉기 공격을 당한 것이다. 이중 한 명은 목숨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져 심각한 상태다.

 

울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30대 남성 A씨가 울산의 한 병원 지상 주차장에서 20대 여성 B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피해자 B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스토킹과 폭행을 경찰에 이미 두 차례 신고한 상태에서 발생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이틀 전인 26일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50대 여성이 옛 직장 동료인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해당 피해자는 이미 스토킹 신고를 세 차례 접수했으며, 경찰은 이 6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긴급응급조치와 함께 접근금지명령을 포함한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60대 남성이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석방 후 불구속 수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사건의 비극을 막지 못한 조치의 한계를 드러냈다.

 

울산 사건의 피해자 B씨는 7월 3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A씨를 폭행 및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를 발동해 A씨에게 접근 및 통신 금지 명령을 내리고, 피해자 B씨에게는 스마트워치 지급, 112 신고 시스템 등록, 맞춤형 순찰 등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A씨가 긴급응급조치를 어기고 다시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자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4가지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잠정조치는 ▲서면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통신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 2), ▲구금(4호) 등이다. 경찰은 전자장치 부착을 제외한 서면경고, 접근금지, 통신금지 등 조치를 신청했고, 검찰은 구금 조치를 위험성 추가 검토 이유로 기각했으나 나머지 조치는 법원에서 인용했다. 

 

하지만 이번 흉기 공격은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범행을 막기 어려움을 명확히 보여주며, 실효성 있는 조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자 반경 100m 이내 접근 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나,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도 실시간으로 이를 감지하거나 피해자에게 경보를 주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실시간 위치추적과 경보 발령을 위해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필수적이나, 이번 사건에서는 이 조치가 신청되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자장치 부착과 접근금지 명령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 강력한 보호 조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가 가장 실질적인 보호책이라 판단해 우선 구금 신청을 했으며, 당시 전자장치 부착은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재 잠정조치 1\~3호가 인용된 상태에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해 강제성이 있긴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정부와 울산 사건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조치가 여전히 부족함을 보여주며, 피해자 안전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환기시킨다. 특히, 반복적인 스토킹 신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법조계, 경찰은 이번 비극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 및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강력한 보호 수단을 법적 조치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 없이는 또다시 불행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