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BTS 정국·재벌 회장 탈탈 털렸다!... 태국서 '380억 탈취' 해킹범 검거

2025-08-25 14:35
 지난 5월 8일, 태국 방콕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한국과 태국, 그리고 인터폴이 참여한 국제 공조 작전이 전개됐다. 서울에서 급파된 경찰과 태국 현지 파견 경찰 협력관, 그리고 태국 경찰은 방콕 도심 외곽의 한 후미진 건물에 숨어 있던 중국 국적의 A씨(34)를 급습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 회장과 방탄소년단 정국 등 유명 인사들의 개인정보를 해킹해 금융 계좌에서 거액을 빼돌린 조직의 총책이었다. 현장에서 체포될 당시에도 A씨는 다수의 조직원과 함께 컴퓨터 앞에서 불법 해킹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머리 차림으로 붙잡힌 그는 지난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으며, 2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A씨 송환은 한국 법무부, 경찰, 인터폴, 그리고 태국 사법당국이 긴밀히 움직인 결과였다. 특히 이번 송환은 통상적인 ‘범죄인인도청구’ 절차가 아니라 ‘긴급인도구속청구’를 통해 이뤄졌다. 태국에서 정식 범죄인인도청구 이전에 긴급인도구속청구로 외국인을 송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검찰과 경찰이 태국 검찰과 경찰을 설득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치밀하게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피해자들의 금융 계좌와 가상자산 계정을 해킹해 막대한 금액을 탈취했다. 이 같은 사실을 포착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경찰청 인터폴 공조계는 지난 4월 “A씨가 태국에 체류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곧바로 태국 당국에 긴급인도구속청구를 요청했다. 이 절차는 범죄인 송환의 일반적인 절차보다 간결하고 신속해 범죄자가 자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송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많은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조직 총책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어, 현지에서 체포되더라도 불법 체류 신분을 이유로 자국으로 추방돼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럴 경우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번 사건에서는 태국의 설날 ‘송끄란 축제’ 기간과 겹치면서 서류 처리 지연이 우려됐다. 이에 법무부는 수사관을 직접 태국에 급파해 현지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을 설득했고, 동시에 UN 산하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동남아시아 공조 네트워크(SEAJust)’를 통해 A씨 체포영장 발부 과정을 실시간 공유했다. 결국 태국 법원이 영장을 내주자 한국 수사팀은 즉시 태국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A씨를 붙잡았다. 첩보 입수 후 불과 2주 만에 체포 작전이 성사된 것이다.

 

 

 

체포 이후 한국 법무부는 지난달 A씨 송환을 위해 검사와 수사관을 태국에 파견했고, 지난 22일 새벽 5시 5분 인천공항으로의 송환에 성공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한국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총책들을 보다 신속히 송환할 수 있는 선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A씨의 범죄 행위는 이미 지난 2024년 3월 4일자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는 해킹으로 입수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고 이를 통해 알뜰폰을 개통했다. 이후 해당 휴대폰을 이용해 금융기관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뒤, 피해자 명의로 증권사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하거나 다른 증권사 신설 계좌로 주식을 이체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을 통해 편취한 금액은 38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해커의 범죄를 넘어 국제적 해킹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수사 공조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특히 보이스피싱, 가상자산 탈취, 금융 해킹 범죄가 국경을 초월해 활개치는 가운데, 기존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만으로는 범죄인을 신속히 국내로 데려오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긴급인도구속청구 성공은 향후 한국이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수사 당국과 공조를 강화해 국제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A씨는 현재 국내에서 구속 수사 중이며, 경찰과 검찰은 그의 조직 규모, 해외 공범들의 존재 여부, 그리고 편취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회장과 글로벌 스타의 개인정보까지 해킹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고, 추가 피해 규모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안 시스템 강화와 함께, 해외 체류 중인 국제 범죄 조직 총책들을 신속히 송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