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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다이어트 시대” 42만 썼는데 냉장고는 왜 비어있나

2025-09-01 14:02
 고물가·환율·이상기후 ‘3중 압박’ 속에 가구 먹거리(식료품·비주류음료) 실질지출이 9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소비 패턴이 ‘짠물화’되고 있다.

 

통계청 KOSIS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명목 지출은 월 42만3천원(전년비 +1.8%) 늘었지만 물가효과를 제거한 실질은 34만1천원으로 1% 감소, 2016년 2분기 이후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외식(가구 식사비) 실질지출도 35만3천원, 0.2% 증가에 그치며 ‘집밥 줄고 외식 늘어’라는 전형적 대체 패턴이 약하게만 나타났다.
 

 

누적 물가상승으로 체감 구입력(구매력)이 잠식된 가운데 소비자는 총량 축소보다는 단가 절감을 위해 1) PB·저가 브랜드 전환 2) 대용량→소포장·행사상품 ‘분할 구매’ 3) 온라인 장보기·즉시배송앱 교차 비교로 체감단가를 낮추는 ‘마이크로 최적화’ 전략을 확산시키는 모습이다.

 

2024년 말~2025년 초 이어진 원/달러 강세는 수입 곡물·설탕·코코아·원유(乳) 기반 가공식품 원가 부담을 완화된 국제 곡물 선물가격 하락 효과보다 크게 유지시켜 출고가 인상 압력(또는 인하 지연)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봄철 이상고온·국지성 호우로 채소류·과채류 도매 변동성이 커지며 소비자는 가격 민감 품목을 냉동·건조·간편식(HMR)으로 대체했다.

 

‘숨은 인플레’(슈링크플레이션 및 규격 다변화)로 체감 가격은 지수상 상승률보다 높게 인식돼 심리적 위축이 장기화되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업계 과제는 ①농산물 수급 데이터 실시간 공개 확대 ②원가연동·환율 완충(헤지) 강화 ③저소득층 식품 바우처 정밀 타겟팅 ④표시·단위 표준화로 체감가격 비교 용이성 제고 등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소득 개선 없는 한 가격 민감 식품군의 구조적 ‘다운그레이드 소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