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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시장이 낳은 '반려동물 행동지도사'…정부는 뒤늦게 숟가락 얹었다!

2025-09-04 11:48
 12년 전인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창업과 창직을 핵심으로 한 일자리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발굴하여 일자리 시장의 총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해 6월 발표된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정부는 규제 완화와 자격증 신설 등으로 2017년까지 500개의 신직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당시 국내 직업의 수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현실에 기반했다.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여지가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합리적인 구상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정부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121개의 신직업을 발굴했다. 이 중 85개는 정부 주도로, 36개는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 즉 '신직업 육성이 실질적인 일자리 증가와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는가'에 대한 답은 부재한 상황이다. 신직업의 고용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분석 자료는 단 한 번도 공개된 바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신직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개별 직업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리스타'다. 1999년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과 함께 커피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2000년대 초 2천억 원대에 불과했던 커피 시장은 2023년 약 18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등장했고, 2021년까지 배출된 공인 자격 취득자만 약 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이 신직업의 안착과 확산을 이끄는 대표적인 동반성장 사례로 꼽힌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시장이 먼저 성장하여 직업의 필요성을 유도한 경우다. 2022년 기준 8조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한 반려동물 시장은 행동 교정에 대한 높은 수요를 창출했고, 이는 2024년 '반려동물행동지도사'라는 국가자격증 신설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 자격증이 등장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관련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파생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모든 신직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기존 직업과의 업무 중복으로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직지원전문가'는 직업상담사와, '분쟁조정사'는 변호사와 역할이 충돌하며 제도화에 난항을 겪었다.

 

정부의 정책적 공백이 신직업의 확산을 가로막은 경우도 있다. '기업재난관리사'는 재난 '예방'을 핵심 업무로 하지만, 예방의 가치를 인정하는 인센티브 정책의 부재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인명구조사' 역시 구조 비용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여 시장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이는 신직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정부의 정교한 정책 설계와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신직업의 탄생과 성장은 다양한 경로를 거치지만, 정부의 역할이 그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추진된 신직업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공식 자료가 전무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