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SNS 차단이 부른 '역대급 참사'…대통령 관저 불타고 국회는 잿더미, 네팔의 처참한 현실

2025-09-16 17:36
 단순한 소셜미디어(SNS) 접속 차단 조치가 한 나라를 전례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네팔에서 정부의 SNS 통제에 분노한 청년층이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전국을 휩쓴 끝에, 마침내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임시 정부 구성이 본격화됐다. 특히 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개혁 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잿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네팔의 힘겨운 여정이 시작됐다.

 

16일(현지시간), 수실라 카르키 임시 총리는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일부 내각 인선을 단행했다. 이는 부패와 경제 침체에 절망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 세대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카르키 총리의 첫 번째 승부수다. 특히 이번 인선은 'Z세대 맞춤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이다.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라메슈워레 프라사드 카날은 최근까지 경제 개혁 권고위원회를 이끌며 날카로운 혜안을 보여준 인물이다.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의 등장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선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카트만두 시장 고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익 소송을 이끌었던 옴 프라카시 아리얄이 내무부 장관에,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결한 공학자 출신의 쿨만 기싱 전 국영 전력공사 사장이 에너지부 장관에 각각 임명됐다. 현지 언론은 이들 세 명 모두 청렴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참신한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들이라며, 이들의 입각이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르키 총리가 이끄는 임시 정부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 전까지 국가를 안정시키고 개혁의 초석을 다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카르키 총리는 "지금 네팔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국제 사회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은 과도기에 있는 네팔을 지원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새 내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새 내각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위 과정에서 국가의 상징인 국회의사당과 대법원 건물이 파괴되는 등 공공시설 복구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틈을 타 벌어진 사상 초유의 대규모 탈옥 사태다. 네팔 경찰에 따르면, 시위의 혼란 속에서 교도소 문이 열리며 탈옥한 수감자 1만 4000여 명 중 재검거된 인원은 3723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1만 320명의 수감자들이 사회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복구와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임시 정부에 거대한 치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X(옛 트위터) 등 26개 주요 SNS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며 시작됐다. 이는 부패와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해 있던 젊은 세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카트만두에서 시작된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고,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 진압에 맞서 시위대는 대통령과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네팔 보건부는 이 과정에서 경찰 3명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목숨을 잃고 211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집계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정책 판단이 나라 전체를 거대한 비극과 혼란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