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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만 싸구려 아냐!" 5000원의 심리학, 글로벌 유통가를 흔들다

2025-10-20 11:33
 고물가 시대의 그림자가 전 세계 소비 시장을 뒤덮으면서,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라는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아마존, 무인양품, 이마트 등 글로벌 유통 강자들이 앞다퉈 이 경쟁에 뛰어들며, 제품의 원가와 마진을 먼저 고려하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가격 역설계'라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먼저 5000원(또는 5달러, 500엔) 이하의 판매 가격을 확정한 뒤, 그에 맞춰 제품의 용량, 포장, 사양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해 더욱 중요해진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최근 신규 브랜드 '아마존 그로서리'를 출범,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 1000여 개 품목 대부분을 5달러 미만에 제공하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일본의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 역시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과 현지 초저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500엔 이하 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지 500' 매장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20년 가까이 5000원 이하 가격 정책을 고수하며 상품의 형태와 용량을 조절해왔고, 이마트 또한 지난 8월 전 품목 5000원 이하의 자체 브랜드 '5K PRICE'를 선보이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유통업체들이 5000원이라는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용량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5000원'이라는 가격은 유통업체 입장에서 이익이 거의 남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평가된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에서 판매되는 1000~2000원대 초저가 제품들이 품질 문제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5000원대 제품은 '싸지만 싸구려는 아닌'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심리학적으로도 5000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폐 한 장으로 부담 없이 결제할 수 있는 단위 중 가장 접근성이 높은 '심리적 최소 가격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황진주 겸임교수는 "1000원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면서도 1만원보다는 훨씬 저렴해 구매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은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5000원 이하' 전략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생존 공식이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