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털

'한식의 대모'가 선보인 '고춧가루 없는 김치'의 정체…외국인들 극찬 쏟아진 이유

2025-10-30 18:19
 전통의 깊이를 탐색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2025 한식 컨퍼런스’가 국내외 미식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모험적인 식탁, 한식의 미래’라는 대주제 아래, 한식의 근간을 이루는 채소 발효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 세대 교육 및 연구 생태계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단순한 음식의 소개를 넘어 한식에 담긴 철학과 정체성을 세계적인 담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전통과 창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미식의 지평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화두는 단연 ‘채소 발효’였다.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한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김치와 발효 문화의 다채로운 면모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 ‘한식의 대모’ 조희숙 셰프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전통 방식의 동치미와 간장 김치를 직접 시연하며 한국 채소 발효의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어 벽제갈비의 윤원석 셰프는 최상급 한우와 채소 발효의 절묘한 조화를 선보이며 육류와 채소가 어우러지는 한국 고기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온지음의 조은희·박성배 셰프는 전통시장의 제철 식재료가 발효를 거쳐 일상의 반찬으로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며 한식의 일상적 미학을 조명했다. 특히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는 계절과 지역별 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치 카트’를 통해, 발효가 단순한 보존 기법을 넘어 한식의 확장 가능성을 여는 창의적 도구임을 입증했다.

 


컨퍼런스 본 세션에서는 한식의 미래를 위한 더욱 심도 깊은 논의가 펼쳐졌다. 권우중 셰프는 “김치는 이제 반찬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요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역설하며, 발효 음식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미식 거장 페란 아드리아를 비롯해 포르투갈, 인도, 태국 등 세계 각국의 스타 셰프들이 참여하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셰프 양성, 국제 연구 협력, 교육 생태계 구축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페란 아드리아는 스페인 마드리드 컬리너리 캠퍼스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요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대학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식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해, 한식의 미래가 탄탄한 교육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음을 시사했다.

 

행사의 대미는 한식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페란 아드리아는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혁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했고, 알리시아 재단의 토니 마사네스 소장은 프랑스, 스페인, 페루 등 세계 미식 혁명의 역사를 짚어보며 한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다. 마지막 대담에서는 이들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식의 철학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수할 수 있는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식의 전통과 창의성이 세계 미식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음을 확인하고, 그 가치를 미래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다짐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